평소 건강하던 45세 여성 환자가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메스꺼움·구토·복통·변비 등 여러증상을 보였다. 그녀는 큰 고통을 겪다가 레바논 베이루트의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환자는 어떤 병을 특별히 앓은 적이 없었고, 산부인과 신세도 진 적이 없었다. 영상검사 결과, 말단 회장(작은창자의 맨끝 부위)에 이상(병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바논 발라만드대 의대 연구팀은 대장내시경으로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회장과 결장(큰창자의 막창자와 곧창자 사이에 있는 부위)의 판막(밸브)에서 몸 중심부 쪽으로 4cm 떨어진 부위에 큰 폐쇄성·폴립성 병변이 있음을 발견했다. 복강경 회장결장 절제술에선, 회장 말단이 막히고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어 조직병리학적 검사를 했다. 그 결과 회장 말단과 충수(맹장)에 자궁내막 조직이 포함된 화농성 삼출액, 활성 육아조직과 자궁내막 조직이 포함된 '육아조직'이 있음을 발견했다. 주로 섬유질과 혈관이 모여 만들어지는 육아조직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외 부위에서 성장해 나타난다. 따라서 육아조직이 발견되면, 해당 부위에 자궁내막증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말단회장염, 자궁내막증이 '작은창자의 맨끝부위'(말단 회장)에 염증 일으키는 병"
자궁내막증은 주로 골반 부위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드물게 장, 폐, 뇌 등 다른 부위에도 나타날 수 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자궁 안쪽의 점막) 조직이 자궁 밖의 부위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생리 주기 동안 호르몬 변화에 따라 자궁내막이 자궁 밖에서 자라면서 발생한다. 회장과 대장의 점막은 정상이었다.
이 40대 여성 환자는 '말단 회장염'(말단 회장 내막증)으로 최종 진단을 받았다. 연구의 제1 저자인 필립 아티에 박사(내과)는 "이 환자는 '크론병처럼 보이는 말단 회장염'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며 "작은창자(소장)가 막히고 구멍뚫림(천공)이 일어났으며,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환자처럼 '위장관 자궁내막증'이 말단 회장부에서 발생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크론병 등과 너무 비슷해 진단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자궁내막증, 가임 여성의 약 5~10%에서 생기는 염증병"
연구팀에 의하면 자궁내막증은 가임 여성의 약 5~10%에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말단 회장은 세균 감염이 잘 되고, 염증이 많이 생기는 부위다. 말단 회장에 염증이 생기는 주된 원인으로는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일부 약물 복용, 혈관병, 종양, 감염 등을 꼽을 수 있다. 크론병은 구강에서 항문에 이르는 위장관의 어떤 부위에도 생길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크론병도 초기엔 말단 회장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초기의 크론병도 말단 회장염이라고 부른다. 말단 회장염의 주된 증상은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이다. 대장 내시경 검사로 이를 진단해 약물 치료나 수술을 할 수 있다.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게 큰 문제다.
"말단회장염 증상, 메스꺼움 복통 구토 설사 변비 피똥 체중감소 등 다양"
연구의 교신 저자인 엘리아스 피아노 박사(내과, 위장병·간질환)는 "배가 많이 아프고 설사를 하고,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고, 최근 몸무게가 부쩍 줄었다면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40대 중반 여성 환자는 수술을 받은 뒤 순조롭게 회복됐다. 증상도 재발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전형적인 부인과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점막에도 이상이 없어 환자의 진단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피아노 박사는 "이런 희귀병에 대한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늦지 않게 적시에 수술하면 완치할 수 있고, 환자의 예후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례연구 결과는 뚜렷하지 않은 위장관 증상을 보이고 '말단 회장'에 이상이 있는 여성에 대한 폭넓은 감별 진단의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 사례 연구(Terminal ileal endometriosis masquerading as Crohn's disease: a rare cause of small bowel obstruction and perforation in a middle-aged woman)는 국제학술지 《유럽 내과학 사례보고 저널(European Journal of Case Reports in Internal Medicine)》에 실렸다.